중학교 성추행 사건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봤는데 친구끼리 장난을 친 것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평소에도 서로 몸을 밀치고 장난을 많이 쳤고, 그날도 특별한 의미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까지 함께 어울리던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 갑자기 성추행 문제로 번졌으니 자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상대 학생의 주장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처음부터 장난이었으니 괜찮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신체 부위를 건드렸다는 말만 듣고 신고된 내용을 전부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 사건을 들여다보면 같은 장난이라는 말 안에서도 상황은 상당히 다릅니다. 몸싸움을 하다가 손이 우연히 닿은 경우가 있는 반면, 특정 부위를 일부러 만지고 상대가 싫다는 반응을 보였는데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에게 사건을 물어볼 때는 왜 그랬느냐는 질문부터 하기보다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어디에서 누구와 있었는지, 어떤 장난을 하다가 접촉이 생겼는지, 어느 부위에 어떻게 손이 닿았는지, 몇 차례 있었는지 정도부터 확인합니다.
상대 학생의 반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지, 몸을 피했는지, 그 이후에도 행동이 이어졌는지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 친한 친구였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학생이 원래 장난을 자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친한 사이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신체 접촉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피해학생이 바로 교사에게 말하지 않았다거나 큰 소리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성추행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성범죄 여부가 피해학생의 적극적인 저항 여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모가 처음 해야 할 일은 자녀에게 유리한 설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복원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확인한 뒤에야 혐의를 다퉈야 하는 사건인지,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 절차를 준비해야 하는 사건인지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 만 14세 전후 달라지는 절차
중학생 사건에서는 학년보다 생년월일을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해도 사건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만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에 따라 이후 절차가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형법에서는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만 14세 미만이면 아무 일 없이 사건이 끝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에서 사건을 다룰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촉법소년 사건입니다.
반면 사건 당시 만 14세 이상이었다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에 해당합니다. 여기서도 중학생이니 성인과 똑같이 처벌된다고 단순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년이라는 신분과 사건의 내용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가 달라질 수 있고 소년부로 사건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절차와 경찰·소년부 절차도 한데 섞어 생각하기 쉽습니다.
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생긴 사안이라면 학교폭력 문제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이 형벌 법령에 저촉된다면 경찰 수사나 소년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성추행 신고를 받았을 때 “학폭위에서 끝나는 건가요?” 또는 “경찰에 신고됐으니 형사재판을 받는 건가요?”라고 결과부터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날짜와 당시 자녀의 만 나이, 실제 문제가 된 행동, 현재 학교와 경찰에서 어디까지 절차가 진행됐는지를 놓고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3. 재판 전 준비가 필요한 부분
사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남아 있다면 부모가 임의로 정리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입니다. 사건 전에는 두 학생이 어떻게 지냈는지, 사건 직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녀에게 유리해 보이는 몇 문장만 캡처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앞뒤 대화까지 봤을 때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날짜와 대화 흐름이 이어지도록 원래 상태를 보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기숙사나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주변에 있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서도 “친구들이 다 봤대요” 정도로 정리해서는 부족합니다. 실제 접촉 장면을 본 학생인지, 사건 전후 상황만 본 학생인지에 따라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확인했는데 자녀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명확하다면 대응 방향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미 확인되는 행동까지 장난이었다는 말로 계속 부인하면 오히려 사건 이후 태도를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은 인정하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자료를 토대로 구분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에게 사과하는 문제도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가 직접 찾아가 우리 아이도 장난을 당했다거나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하다 보면 피해학생 측에서는 사과가 아니라 해명이나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소년보호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사건 이후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이나 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류를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가 자신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부모가 앞으로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가 함께 보여야 합니다.
소년보호재판의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습니다. 부모 등에게 감호를 맡기는 1호부터 수강명령, 사회봉사, 보호관찰 등이 있고 8호부터는 소년원 송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소년원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초범이고 부모가 잘 지도하겠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가벼운 처분이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4. 중학생 성추행 2호 처분 사례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과정에서 피해학생의 성기를 만지는 일이 있었고, 비슷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피해학생이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게 됐습니다. 이후 경찰 신고까지 이어지면서 부모님이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사건 당시 의뢰인은 만 14세 미만이었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었지만 소년보호사건으로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앞으로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를 가장 걱정하셨습니다.
사건을 맡은 뒤에는 확인되는 신체 접촉까지 무리하게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시 함께 있던 학생들의 진술과 두 학생의 평소 관계를 살펴보면서 사건이 시작된 경위와 실제 있었던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두 학생은 평소에도 서로 장난을 자주 주고받던 사이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관계를 이유로 잘못된 신체 접촉까지 가볍게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의뢰인 역시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건 이후에는 전문 상담을 받고 관련 교육도 이수했습니다. 단순히 반성문만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에서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한 과정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게 봤습니다. 부모님은 앞으로 기숙사와 학교생활을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 또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경계를 자녀에게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등을 담은 양육 및 지도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피해학생 측에는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합의도 진행했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사건 이후 의뢰인이 보여준 반성과 교육 과정, 보호자의 선도 의지를 함께 소명했습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의뢰인에게 소년법상 2호 수강명령을 결정했습니다.
2호 수강명령은 소년에게 일정한 내용의 교육을 받도록 하는 보호처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초범이라는 사정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사건 이후 상담과 교육을 받은 과정, 보호자의 지속적인 지도 가능성 등을 함께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중학교 성추행 사건은 친구 사이의 장난에서 시작됐더라도 실제 신체 접촉의 내용과 반복된 정도에 따라 가볍게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잘못된 행동이 확인되는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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